기분이 좋아진다. 햇빛이 감도는 밝은 머리카락과 푸른 숲을 닮은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달빛을 담은 부드러운 머리칼과 나무 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면. 이 사람의 곁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 새벽녘의 서늘한 공기가 서서히 모습을 감춰가기 시작하는 이른 아침이었다. 간밤에 잔뜩 지쳐있던 상태로 잠이 들었던 크리스토프는, 아직 이불속의 따뜻한 기운에 감싸여 한창 꿈나라를 여행 중이었다. 오랜만에 크리스토프보다 먼저 잠에서 깬 안나는, 턱을 오른손으로 지탱하고서 찬찬히 남편의 자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분 좋은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인지 입꼬리가 씩 올라간 채 눈썹이 조금씩 움직이는 크리스토프의 얼굴은 옆에서 지켜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했다. 안나는 싱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