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잘못된 것이 분명했다.
내일은 모두가 기다리던 크리스마스, 아렌델은 이브인 오늘부터 축제 분위기로 한창 들썩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성대한 성탄절 행사를 기대하고 있었다.
크리스토프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래 그는 크리스마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안나라는 소중한 연인이 생긴 이후 매해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게 됐다. 특히나,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안나가 12월 초부터 아주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놓았으니 기대하고 있으라고 단단히 못을 박아두었다. 그로 인해, 크리스토프는 지난 한 달간 기대감으로 마음이 잔뜩 설레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생각지 못 한 일이 벌어졌다.
크리스마스이브날 저녁, 안나는 늦은 시간까지 해결해야 할 업무가 있다며 좀처럼 서재에서 나오질 않았다. 침실에서 안나를 기다리던 크리스토프는 시곗바늘이 11시를 가리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방에서 나와 하인에게 부탁해 두꺼운 담요와 따뜻한 차 한 잔을 챙겨 서재로 향했다. 그리하여 서재 문 앞에 도착한 그는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
'똑똑.'
"안나?"
문을 두드렸으나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크리스토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오른손으로 문고리를 돌렸다. 문이 잠겨있지 않았던 건지 문은 맥없이 벌어졌다.
"꺄악!"
크리스토프가 문을 열자 안나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비명소리에 크리스토프는 덩달아 비명을 지를 뻔했으나,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말문을 잃어버렸다.
"크, 크리스토프..."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크리스토프는 특유의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떴다. 안나는 산타복을 입고 있었다. 그것도 맨살이 여기저기 드러나는 엄청나게 야한 산타복을. 그는 안나가 짧은 길이의 치마를 입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안나가 입고 있는 옷은 상체의 일부만을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정도였다. 크리스토프는 자꾸만 안나의 맨살에 시선을 가려는 것을 애써 참았다.
"지... 지금 무슨 업무 중인 거죠?"
"그게... 실은... 내일 크리스마스 때 크리스토프한테 보여주려고 이 산타복을 주문 제작했는데, 오늘 점심때야 완성되어서 이제 한 번 사이즈 체크해보려고..."
"설마 전에 얘기했던 크리스마스 선물이란 게..."
안나는 양손으로 붉어진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토프는 침을 꼴깍 삼켰다. 그는 자꾸만 밀려오는 엉큼한 생각을 물리치고, 제정신을 유지하러 애썼다.
"아, 아무리 그래도...그...그...무, 문은 잠가놨어야죠!! 만약에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어쩔 뻔했어요?!"
"미, 미안해요... 깜빡했나 봐요..."
크리스토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이 지금 이 광경을 봤더라면... 상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크리스토프는 안나를 바라보았다. 안나는 완전히 울상이 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었다. 크리스토프는 조심스럽게 안나에게 다가갔다.
"... 나 보여주려고 준비했다고요?"
"... 네."
안나가 크리스토프를 바라보았다. 크리스토프는 금방이라도 이성의 끈을 놓아버릴 것만 같았다. 솔직한 심정 같아선, 지금 이 자리에서 곧바로 안나를 넘어뜨려 최고의 이브를 만끽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자제력을 유지하기로 결심하고, 안나의 붉은 옷자락을 세게 쥐고 말을 꺼냈다.
"안나. 정말 예뻐요. 조금 놀라긴 했지만... 진심으로 기뻐요. 당신이 나를 위해 이런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줬다는 게."
"크리스토프..."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당신을 안아버리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내일 아침엔 해야 할 일도 많고요. 그러니까... 내일 밤에, 이 옷... 입어줄 거죠?"
크리스토프가 안나를 품에 따뜻하게 끌어안았다. 품에 안긴 안나는 얼떨떨한 듯 잠깐 말이 없다가, 곧 크리스토프의 등을 감싸 안았다.
"네, 기대해주세요."
안나가 작게 웃었다. 크리스토프는 내일 밤까지 죽을 맛이겠군,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2019.12.30 연성 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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