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안나-연성글

크리스마스 필로 토크 [겨울왕국/크리안나/리퀘스트]

크안 may we may 2020. 5. 8. 20:45

"이제 좀 괜찮아요?"

 

크리스토프가 제 품 안에 있는 안나를 꼭 끌어안으며 물었다. 안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로 크리스토프를 노려보았다. 크리스토프는 어색한 웃음만 흘렸다.

 

오늘은 두 사람이 부부가 된 뒤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였다. 아침부터 아렌델 이곳저곳이 들썩였고, 엘사를 포함한 정령의 땅 사람들도 아렌델을 찾아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늦은 저녁때가 되어서야 모든 파티가 끝나고, 크리스토프와 안나는 손님들을 모두 친절하게 배웅한 뒤 오붓하게 부부의 시간을 가졌다. 다만 약간의 술기운이 있었던 탓인지 크리스토프는 평소보다 더 강하게 안나를 몰아붙였고, 그러다 침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던 안나는 기분이 매우 언짢은 상태였다.

 

"정말이지, 아무리 기분이 좋았다지만 너무해요! 아직까지도 머리가 빙빙 돈다고요. 다음에 또 이러면 가만 안 둬요!"

"미안해요. 오늘 하루가 너무 즐거워서 나도 모르게... 아니, 정말 기뻐서... 잠깐, 뭐래?"

"풉."

 

안나가 굳어있던 표정을 풀고 웃음을 터트렸다. 크리스토프는 그제야 긴장됐던 마음이 풀어졌다. 오늘 하루, 정말이지 모든 것이 즐거웠다. 안 나와 처음 만난 이후, 몇 년간 계속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왔지만 정식적으로 부부의 연을 맺고 함께한 크리스마스는 올해가 처음이었다.

 

크리스토프는 오랜 기간을 혼자서 살아왔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는 행복을 원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안나와안 나와 연인 사이가 되고, 그는 가족을 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소원이 몇 달 전에 이루어지게 되었고, 그는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안 나와 자신의 왼손 약지에 끼어져 있는 결혼반지를 볼 때마다 피어오르는 소소한 행복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크리스토프는 아직 한 나라의 국서라는 자신의 자리는 어색했지만, 오늘 열렸던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아렌델의 새로운 국왕 부부를 축복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자신과 안나가 진짜 부부라는 사실을 새삼 되새길 수 있었다.

 

"무슨 생각해요?"

 

안나가 크리스토프의 탄탄한 어깨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크리스토프는 안나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냥...이 행복한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뭐예요, 자기답지 않게 그런 귀여운 생각을 다 하고."

 

안나는 크리스토프의 뺨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어깨, 팔뚝으로 입술을 옮겼다. 크리스토프는 눈을 감고 안나가 자신의 몸 위에서 움직이는 걸 느꼈다.

 

"... 오늘은 이제 그만하는 거 아니었나요?"

"무슨 소리죠? 크리스마스 밤은 이제 시작이라고요. 이번에는 내가 당신을 울릴 거니까 각오 단단히 해요."

 

안나가 다시금 크리스토프에게 입을 맞췄다. 그래. 크리스마스 밤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2019.12.29 연성 백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