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무사히 끝났다. 더 이상 상처 받을 사람도 없고, 아파야 하는 사람도 없었다. 새로운 미래를 앞두게 된 안나와 엘사 자매는 그 사실이 진심으로 기뻤다.
마법의 숲의 저주가 풀리고, 모든 모험을 끝마친 뒤 안나는 자신의 언니가 다섯 번째 정령으로서 정령의 땅에 머물러야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곧 자신이 앞으로 아렌델의 새로운 군주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왕권에 대해 그다지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안나는 그 누구보다도 아렌델을 사랑하고, 아렌델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두를 온 마음으로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안나는 아렌델의 새 여왕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었다.
"안나. 사랑하는 내 동생. 어쩌면 아렌델의 여왕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바로 너였던 것 같아."
***
"저기, 아렌델이 보여요."
크리스토프가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옆에 기대 휴식을 취하고 있던 안나는, 눈앞에 보이는 선명하고 아름다운 아렌델의 전경을 보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다행이야. 엘사 언니의 말대로 아렌델은 무사해.
안나가 크리스토프의 팔에 팔짱을 꼈다. 그러자 크리스토프는 자상하게 안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이번 모험을 통해 서로의 관계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안나는 자신의 왼손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크리스토프가 청혼하면서 선물한 주황색 다이아몬드 반지가 끼어져 있었다. 안나는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봤다. 긴 모험에 잔뜩 지쳤던 탓인지 올라프는 고롱고롱 자고 있었다. 크리스토프는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올라프가 잠들었네요. 그래서 말인데~ 안나. 우리가 이번 모험을 시작하고 지금처럼 올라프가 잠들었을 때 나한테 뭐하고 싶으냐고 했었죠? 그때, 뭐하려 했었어요?"
능글능글한 크리스토프의 질문에 안나는 쀼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곧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팔을 벌려 크리스토프가 움직이지 못하게 꼭 끌어안았다.
'쪽.'
"이렇게 뽀뽀하고 싶었어요."
안나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크리스토프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앞으로도 계속, 자신은 안나가 먼저 키스해올 때마다 이런 식으로 머리가 멍해질 것이 분명했다. 하나, 그렇다 해도 전혀 상관없었다. 정신을 차린 크리스토프는 안나의 콧잔등에 뽀뽀했다. 그러자 안나도 그에 질세라 크리스토프의 콧잔등에 뽀뽀했다. 사랑스러운 풍경이었다. 그런 식으로 계속 서로에게 장난을 치던 두 사람은, 어느덧 그리웠던 아렌델 성에 도착했다.
그날 밤, 아렌델 성의 모든 사람들은 안나, 크리스토프, 올라프, 스벤의 무사귀환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그들은 엘사에 대한 이야기를 이미 트롤 패비 할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은 상태였다. 충직한 신하 카이는 안나에게 지금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도 많아졌지만, 그동안 정말로 많은 일들이 있었으니 지금 당장은 휴식을 취하라고 조언했다. 안나는 그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그렇게 안나는 모처럼 개운하게 목욕을 하고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그리웠던 자신의 침대에 누울 수 있게 되었다. 푹신하고 따뜻한 이불 속에 몸을 맡기자 그녀는 자신이 집에 돌아왔다는 느낌이 한층 더 생생해졌다.
"정말 고생 많았어요."
침대와 거의 한 몸이 되어가고 있는 안나에게 크리스토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도 정말 고생 많았어요."
안나가 사랑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덧붙였다. 크리스토프는 웃으며 안나와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웠다. 그리고 두 사람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도란도란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 그래서 솔직히 놀랐어요. 제스처 게임, 썰매, 댐 앞... 그렇게나 많은 장소에서 청혼을 시도했었는데 모조리 다 실패로 끝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죠. 물론, 당연히 내가 실수한 부분이 있어서 그랬던 거지만요!"
크리스토프는 횡설수설하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크리스토프의 얘길 들으면서 안나는 점점 눈이 커졌다.
"난 당신이 나한테 청혼 준비하고 있다는 걸 정말~~눈치 못 챘어요! 혼자서 마음고생하게 해서 미안해요. 그리고, 사실 지난 3년간 내가 얼마나 당신의 프러포즈를 기다렸는지 알아요?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정말로 고마워요."
안나의 진심 어린 말투에 크리스토프는 수줍게 미소 지었다. 가슴속에 뭔가 뭐라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말랑말랑하고 몽실몽실한 감정이 생겨나는 것이 느껴졌다.
"그건 그렇고 자기."
"네?"
"생각해보니 이제 엘사 언니는 성에 없고, 이곳에는 우리 둘 뿐이네요. 그리고 지금 이 방에는, 우리밖에 없어요. 뭘 하고 싶어요?"
크리스토프는 자신의 정신이 어디론가 날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는 다시 한번 능글맞게 웃었다.
"우리가 부부가 될 날이 정해졌을 때 꼭 하고 싶었던 게 있기야 하죠."
"앗."
안나의 볼이 화르륵 붉어졌다. 크리스토프는 쿡쿡거리며 웃었다. 그리고는 그는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짓는 안나를 확 덮쳤다. 그러자 안나는 웃음 섞인 비명을 지르면서 그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 앞으로도 쭉, 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였다.
[2020.01.08 연성 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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