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바에 의하면, 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타인에게 자신의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을 무척이나 어려워했다. 어떤 일이 계기가 되었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확실한 건 나는 어려서부터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걸 기피하는 경향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혼자 지냈던 건 아니다. 유일무이한 친구이자 가족이나 다름없는 순록 스벤과 시끌벅적한 트롤 식구들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외롭지는 않았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늘 어딘가가 비어있는 듯 한 공허한 느낌이 존재했다.
8살 무렵부터 서툴게나마 얼음 장수 일을 시작하고서,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얼음을 위해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깊은 산속에서 얼음을 캘 때는 쓸데없는 잡생각들이 떠오르지 않아 마음이 편했다. 어째서 나의 친부모는 나를 직접 기르지 않고 고아원에 맡겼던 걸까? 앞으로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갈까? 하는, 한 번 파고들면 괜히 머리가 아파지는 생각들 말이다. 덧붙여 매사에 큰 물욕이 없었던 나는, 그냥 자신과 스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튼튼하고 멋진 썰매와 넉넉한 식량만 있다면 내 인생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21살 여름, 내 인생을 송두리 채 바꿔버릴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크리스토프!'
안나를 만나고서 내 인생은 정말로 많은 것들이 빠른 속도로 변화해나갔다. 그녀가 가진 발랄함, 당돌함, 유쾌함, 다정함이 어딘가가 늘 공허했던 내 마음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였다. 안나는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에 거침이 없었고, 어떤 문제가 생기면 완전히 해결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저 안나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많은 것들이 바뀌어가는 것을 느꼈다. 안나를 사랑하면서 나는 이제 예전보다는 자신의 속내를 타인에게 자연스럽게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고, 더 이상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하면서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자신의 소박한 장점들을 하나하나씩 알게 되었다.
'크리스토프가 사실 누구보다도 속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거, 나는 아주 잘 알아요.'
'야생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서 크리스토프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거예요!'
'당신이 안아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안심 돼요. 크리스토프의 품에 있으면 모든 걱정이 날아가는 느낌이에요.'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안나가 자신의 장점을 칭찬해줄 때면 새삼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게 이렇게나 행복한 것이었구나 싶어 졌다. 안나가 내게 몸을 기대 오면서 수줍은 목소리로 사랑을 속삭일 때면, 제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안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그녀가 늘 즐겁게 웃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계속 나에게 있어 안나는 그 누구보다도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일 것이다.
줄곧 그녀와 언제까지나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 나는 아직 배워야할 것도 많고, 서툰 점 투성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지금보다 한층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안나, 당신은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 중 가장 특별한 사람이에요. 영원히- 온 마음으로 그대를 사랑해요.
[2020.02.10 연성 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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